노무현 대통령이 한승주 주미대사 후임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내정한 것은 북핵 문제 등으로 긴장 관계에 있는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잘 풀어가기 위한 파격적 포석으로 보인다.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미국에 우호적이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인사를 주미 대사로 임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주미 대사를 맡았던 학자나 정치인, 전문 외교관 보다는 의외의 인물을 깜짝 기용함으로써 대미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은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쳐서 미국의 정책과 사회를 잘 아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홍 회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를 마친 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홍 회장은 미국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의 인사로서 부시 행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인사로 평가돼왔다. 그는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등의 경력으로 미국 조야에도 많은 지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홍 회장은 중앙일보를 운영하면서 경영 혁신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등 추진력도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보수 성향이면서도 햇볕정책에는 긍정적 시각을 보여준 점도 발탁 배경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금년 초 청와대에서 홍 회장과 단독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이때 홍 회장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한 홍 회장의 발탁은 노 대통령이 최근 구사하고 있는 ‘탈 코드 인사’의 한 획을 긋는 파격이어서 향후 인사도 주목된다.
이밖에 노 대통령이 또 홍 회장을 주미 대사에 앉히기로 한 것은 그 동안 긴장 관계에 있던 언론과의 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뜻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의 사주가 정부의 핵심 보직에 임명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앙일보 간부들은 16일 밤 홍 회장의 주미 대사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홍석현씨 누구 /미국서 석·박사 학위
홍석현 주미대사 내정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으로, 학력과 경력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언론사 경영인이다. 부친인 고 홍진기씨는 이병철 회장을 도와 중앙일보를 일구었으며, 사위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 그룹 총수로 취임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홍 내정자는 80년대 중반 삼성 코닝 상무 등을 지내면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 94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중앙일보를 이끌어왔다. 97년 대선 당시에는 당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는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직후인 99년에는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구속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홍회장은 대북정책 등에서 일부 보수 언론과는 다른 중도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세계신문협회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해외에 지인이 많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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