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을 떠난 최홍만이 거친 K-1 무대에서 대성할 수 있을까. 적응 기간을 잘 견뎌낸다면 ‘무림 성공시대’를 열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일본 이종격투기 K-1에 진출을 선언한 최홍만의 가장 큰 장점은 신장 218㎝ 체중 165㎏의 거대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거구 답지 않은 민첩하고 유연한 몸놀림을 꼽을 수 있다.
또한 K-1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30대 노장들인 데 비해 최홍만은 24살로 절정의 기량과 체력을 겸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최홍만은 50%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말한다.
‘테크노 골리앗’의 또 다른 무기는 씨름에서 단련된 튼튼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중심잡기 능력이다. K-1선수들의 주요 공격 루트는 로킥(하단 발차기)으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린 후, 상대가 팔을 내리거나 몸을 숙이는 틈을 노려 펀치와 하이킥(상단 발차기)을 날리는 것.
이종격투기 전문가 이재영씨는 "하이킥 한방으로 일본 스모 영웅 아케보노(203㎝)를 실신시켰던 K-1챔프 레미 본야스키(190㎝)도 최홍만의 안면을 정확하게 가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로킥 방어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K-1이 ‘신세대 천하장사’를 탐내는 이유중 하나는 그의 화려한 쇼맨십. K-1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기 이전에 무도를 중시하는 화려한 쇼다. 최홍만이 모래판에서 보여준 ‘귀여운 테크노 세리머니’는 K-1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격투기 팬들은 사실 승부보다 그 선수의 투지를 먼저 따진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킥·펀치 등 정교한 테크닉 없이 무작정 몸으로 밀어붙이기엔 K-1무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약한 복근도 골리앗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이기수 전 LG 씨름단 코치는 "최홍만은 1분에 윗몸 일으키기 30회도 못할 정도로 복근이 약하다"며 "링의 고수들에게 ‘인간 샌드백’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매 경기 4만~6만 명의 팬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느냐도 무림고수를 꿈꾸는 최홍만의 숙제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 씨름對 스모 누가 이길까/ 최홍만, 아케보노와 대결할 듯
최홍만과 아케보노 타로(35·미국·사진)의 K-1 대결이 성사될 경우 한일 양국 씨름판을 대표하는 선수의 A매치급 경기가 될 전망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아케보노는 외국인으론 처음으로 일본 스모의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에 오른 거인. 총 우승횟수 역대 9위, 연속 우승 횟수 역대 5위 등 일본 스모계를 주름잡던 그가 이종격투기에 뛰어든 건 2003년 10월이다. 아케보노는 그 해 12월31일 열린 ‘K-1 다이너마이트’에서 데뷔전을 가졌지만 밥 샵(30)에게 1라운드 KO패 당했다. 이후 무사시, 레미 본야스키 등 강자들과 겨뤘지만 모두 무릎을 꿇어 통산 전적 5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힘은 엄청나지만 몸이 워낙 둔하고 펀치와 킥 기술도 형편없어 파워와 스피드, 균형감각, 지구력 등을 겸비한 최홍만에게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환기자
■ 최홍만 K-1진출 기자회견/ "관중 꽉찬 K-1이 부러웠다"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젊기 때문에 미래도 중요하다." 민속씨름계의 ‘신세대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4)이 16일 이종격투기 K-1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최홍만은 이날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K-1 주관사인 일본의 ㈜FEG 다니카와 사다하루 대표와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을 갖고 "소속 LG씨름단이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씨름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너무 적어 비참했다"며 "관중이 가득한 K-1 경기를 보고 너무 부러워 K-1쪽으로 마음을 돌리게 됐다"고 K-1 진출배경을 밝혔다.
이날 이례적으로 계약발표 장소에 참여한 FEG 다니카와 사다하루 대표는 "7월 K-1 서울 대회에서 최홍만에게 K-1 참여를 설득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다"며 "최홍만의 K-1 출전으로 한국에도 K-1 팬들이 크게 늘어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조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FEG측은 계약 관계의 경우 미공개가 원칙임을 내세워 최홍만과 계약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홍만은 계약금과 함께 파이트머니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홍만은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0억원, 2년에 6게임을 치러 최소 2억원의 파이트머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홍만의 데뷔전 시기와 장소, 상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초 한국이나 일본에서 아케보노나 미국프로풋볼 출신의 밥 샵 등 개성이 강한 선수들과 맞붙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K-1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으나 반드시 최홍만의 K-1 진출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씨름연맹은 금명간 상벌위원회를 소집, 최홍만의 민속씨름 영구 제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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