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16일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주모(50)씨 등이 "재판 과정에서 검찰 진술을 부인했는 데도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상고심에서 주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관련기사 A3면이번 판결은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증거로 채택될 자격)을 인정해 온 법원의 수십 년 간의 입장(판례)을 변경한 것이어서 기존 수사관행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동안 검찰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했던 근거인 형사소송법 312조 제1항 본문은 검찰 조서에 담긴 진술을 본래 진술자가 법정에서 오로지 진술로 재확인할 때에만 진정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의자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려면 결국 진술자가 법정에서 이를 시인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 조서를 확인하고 서명했다는 ‘형식적 진정성’만 입증되면 진술의 ‘실질적 진정성’도 인정해 증거로 채택해 온 기존 판례를 바꾼 것으로, 앞으로는 피의자가 검찰에서의 진술을 재판과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가능한 한 법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로만 재판하자’는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방향에 맞춰 기존 형사재판 심리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해당 조항은 단서에서 피고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때에는 피고인의 재판 진술과 상관없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구체적 재판과정에서 이번 판례가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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