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꽃미남 스타 계보를 꼽을 때 기무라 타쿠야(32)는 그 첫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이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주인공 하울의 목소리다. 목소리 연기는 처음이지만 가늘고 섬세한 그의 목소리는 하울과 정말 잘 어울린다.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연약한, 그래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꽃미남 하울의 모습과 기무라 타쿠야는 매우 닮았다. 특히 머리카락 염색이 잘못됐다며 좌절하는 장면, 소피의 품에 안긴 채 계단을 오르는 장면 등에서는 하울이라기보다는 기무라 타쿠야를 보는 듯하다.
그는 국내에서 초난강으로 친숙한 쿠사나기 츠요시가 속한 남성 5인조 그룹 SMAP의 멤버로 올해로 데뷔 16년째다. 하울의 목소리를 맡은 것은 기무라 타쿠야의 적극적인 구애로 이루어졌다. 그는 "가족이 하야오 영화의 대단한 팬이라며 단역으로라도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하야오 감독은 "하울 역에 딱이겠구나" 생각했다.
가수에 관심도 없고 아는 가수도 없다는 하야오 감독이지만, 타쿠야를 목소리 연기자로 선뜻 결정한 것은 오래 전 특별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SMAP 초창기 시절 우연히 타쿠야와 함께 지하철을 탔는데 고교생에게 둘러싸인 그의 모습이 너무 불쌍했다"고 기억한다.
이미 삼십대에 들어섰지만 그는 여전히 소년 같은 해맑은 눈빛이다. ‘롱 베이케이션’ ‘러브 제너레이션’과 올해 ‘프라이드’까지 주로 TV 드라마에서 연기했고 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2046’에서는 소년의 모습을 버린 채 슬픈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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