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가 당신에게 준 거라곤 차별밖에 없었는데…."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50대 장애인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 장애인이 장기를 기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켜 주는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돌이켜보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다.
경남 마산에 사는 정노권(54·사진)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8일. 경남 창원시 팔룡동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진 정씨는 곧 뇌사 상태에 빠졌다.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은 뒤 지체장애인(4급)이 돼버린 정씨는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을 받아 힘겹게 사는 와중에도 양복 봉재기술을 익혀 경남지역 기능인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던 사람이어서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독신이었던 정씨의 유일한 혈육은 사촌동생인 노숙(53)씨. 노숙씨는 병상에 누워 있는 정씨를 애처롭게 바라보다 정씨가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평소 여러 차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 온 사실을 떠올리고는 뜨겁게 눈시울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장기기증을 결심한 노숙씨는 "마지막 가는 길에 큰 사랑을 남기고 싶은 게 형님의 소원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씨는 11일 오후 대구 동산병원 장기이식센터로 옮겨졌으며 장기적출 수술을 받은 끝에 13일 새벽 1시15분 결코 쉽지 않았을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기증한 양쪽 신장은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하던 환자 2명에게, 간은 만성 간질환자에게 이식됐으며 양쪽 각막 또한 환자에게 전해져 시각 장애인의 고통을 멈추게 했다. 노숙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장기기증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고 특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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