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동중국해 영토 분쟁, 일본의 대중국 정부개발원조(ODA) 중단 움직임 등으로 연일 부딛쳐온중일 관계가 이번에는 일본의 리덩후이(李登輝·81·사진) 전 대만 총통 비자 발급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관광 목적의 가족여행이기 때문에 중일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리 총통에게 비자를 발급해 일본 방문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는 리 전 총통에게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부대 조건을 부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리 전 총통은 심장병 진단을 위해 2001년 방일한 이후 일본의 온천에서 정양하기를 희망해왔다.
리 전 총통의 방일을 ‘하나의 중국’정책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간주해온 중국은 즉각 모든 외교라인을 동원해 저지에 나섰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부부장은 이날 아나미 고래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 "즉각 그만두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또 왕이(王毅) 주일 중국 대사는 일본 외무성을 방문, "리덩후이는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인물"이라며 "비자발급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중국의 강경 대응에 대해 호소다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리씨는 완전한 사인(私人)"이라면서 비자 발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교도(共同)통신은 리 전 총통이 실제로 방일하게 되면 중국이 대사 소환 등 보복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3년 전 리 전 총통이 방일했을 때는 예정됐던 당시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일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중국 정부는 리 전 총통이 대만 독립 급진파인 대만단결연맹의 지도자인 점을 들어 입법원 선거 전 방일 계획을 강력 반대해왔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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