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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이웃은…] (1) 찬바람 부는 복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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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이웃은…] (1) 찬바람 부는 복지시설

입력
2004.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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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 수 없는 경기불황, 유례없는 취업난과 물가급등에 우리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일상의 삶’ 자체가 힘겨운 사람들은 이 겨울, 이 연말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사회의 관심 밖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회복지시설들,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아쉬운 달동네 주민들, 한나절 쉴 곳과 하룻밤 잠자리를 찾는 노숙자들, 이들 우리 이웃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살펴본다.서울 구로구 구로동 ‘더불어 사는 집’. 30여평 규모에 방 5개가 붙어 있는 슬레이트 집에 13세 어린이에서 50대 장년까지 8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미인가 복지시설이라 정부 지원이 전혀 없어 후원금과 푸드뱅크의 음식으로 살아왔지만 올들어 외부 지원이 뚝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을 돌봐주던 이모 원장이 지난 4월 사고로 숨진 이후 식구 중 3명의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지급되는 40여만원으로 8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슬레이트 지붕은 폐품 조각 등으로 가렸지만 창문은 신문지와 비닐로 채워져 있어 찬 바람이 그냥 들어오고 있다. 그나마 상태가 나은 방 2개만 사용하고 3개는 폐쇄했다. 예전만해도 종교단체에서 나온 7~8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방문해 청소와 식사 등을 도왔건만 최근 2개월째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다.

자원봉사자를 아버지로 알고 있는 다운증후군 환자 김모(13)군은 "아버지 본 지가 오랜데 왜 안 오는지 모르겠다"며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과자를 실컷 먹었는데"라고 말했다. 가장 연장자인 김현수(51)씨는 "후원이 줄어 이젠 끼니가 걱정"이라며 "어린이나 장애가 심한 식구들에게 병원 진료나 한번 받게 해 줬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극심한 경제난 탓에 고아원과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 복지시설은 그 어느 때보다 견디기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연말이면 기업체나 봉사단체 등에서 후원금이나 생필품 등을 들고 찾아오곤 했는데 요즘은 단체는 물론 개인의 손길도 좀체 보기 힘들다.

치매 중풍 등 중증 노인환자 14명을 돌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D노인복지시설의 상황도 비슷하다. 방마다 난방을 할 수 없어 식사 시간에 거실에만 난롯불을 피워 놓는다. 이곳에도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치매 환자들이 모여 있는 방은 악취가 끊이지 않고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하다. 이모(70·여) 원장은 "식비와 공과금만 해도 월 300만원이 넘는데 난방까지 하기는 힘들다"며 "작년에는 그나마 찾아오는 후원자가 있어 버틸 수 있었지만 올해는 거짓말처럼 찾아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복지시설도 후원금이 급감하기는 마찬가지. 천주교재단의 지원을 받는 서울 상계동 성모자애보육원은 작년에 비해 후원금과 자원봉사자의 방문이 30%정도씩 줄어 식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서울 전농동 다일공동체도 후원금 액수가 작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고, S고아원과 K양로원 등도 지난해보다 30~40% 격감된 운영비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 복지시설은 후원금 급감에 따라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신통할 리가 없다. ‘더불어 사는 집’은 길거리 찻집을 운영해 난방비에 보탤 생각이었지만 찾는 사람이 적어 별 소득이 없었고, A시설은 기업체·종교단체 등에 일일이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한 장도 받지 못했다. 다른 곳들은 관리자들이 모금을 위해 종교단체 순회 방문에 나서거나, 수용자들이 아르바이트를 궁리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연말 불우이웃 돕기 운동 결과 일반 시민의 기부금은 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억원, 2년전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한 관계자는 "불황 탓에 기업에 손을 벌리는 것도 미안하다"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 조금씩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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