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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주 사립고 교장협의회 손길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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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주 사립고 교장협의회 손길웅 회장

입력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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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광주 교육계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사건 이후 광주의 일선 고교 교장, 학부모 대표, 지역 인사 등 200여 명은 50여개 조를 짜서 전국 주요 대학을 방문하고 사과하는 등 실추된 광주 교육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동분서주하고 있는 손길웅 광주 사립고 교장협의회 회장(59·대동고 교장)을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과 그간의 심정을 들어보았다._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줄 압니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가 다른 곳도 아닌 광주라서 부담이 더하실 텐데 심경은 어떠신지요.

"광주는 그 동안 ‘실력 광주’로 불릴 만큼 교사와 학생이 열심히 가르치고 공부해왔습니다. 그런데 수능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학생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우리 교육자의 책임이라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광주교육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_ 대학을 방문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요, 또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이번 일로 가장 염려되는 것이 광주 학생들이 입시 전형과정에서 혹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실제 그런 일은 없겠지만 학생과 학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학들을 찾아간 것입니다. 대학 관계자들에게 광주 학생의 실력과 학부모들의 높은 학구열 등을 알리고 ‘광주교육을 믿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대학측도 교사와 학부모까지 직접 찾아오는 점을 높이 사고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_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문제이자 학부모 등 어른들의 문제이고 ‘수능 만능’의 우리 사회 대학입시제도 자체의 문제 아닌가요.

"수능 부정행위는 잘못된 입시제도와 학벌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수능시험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만을 검증해야 하는데, 일선 고교에 대학입시 교육까지 떠맡기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수능시험 하나로 개인의 장래가 결정되는 사회현실, 좋은 대학 진학률이 고교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되는 교육현실에서 학생과 학교의 잘못만을 탓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_ 학교장으로서 허탈감에 빠진 학생들을 어루만져 줄 대책은 있습니까.

"이번 일로 상처를 입은 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학부모님들에게는 사죄의 글을 발송했습니다. 광주시내 전체 고교의 인터넷에도 사죄의 글을 올렸습니다. 또 입시에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_ 광주시교육청 인터넷 게시판에 휴대폰 이용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가 있었습니다. 제보에 사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도 많습니다.

"인터넷 제보를 보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 범죄도 공범이 2명 이상이면 발각되는데 하물며 고등학생이 조직적으로 수능 부정행위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인터넷에 제보가 있었다고 해서 교육자가 경찰에 학생을 신고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번 부정행위는 상상을 초월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예방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_ 하지만 부정행위 대물림까지 밝혀져 충격이 더 컸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휴대폰 커닝은 상식으로 통하는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일선 학교에서 커닝이 일상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교육자로서 커닝을 묵인하거나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커닝을 알면서도 무방비였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교육하고 감독하고 있습니다. 이번처럼 기상천외의 방법으로 이뤄진 커닝을 적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_ 김원본 광주시교육감 사퇴론, 수능시험 관련자 징계 여론이 높습니다.

"이번 사건은 어느 한 사람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이 사퇴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부정행위가 이뤄진 시험장의 감독관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다는 것도 안됩니다. 감독관이 결정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단지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감독 소홀을 이유로 징계한다면 앞으로 감독 거부 등 교사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_ 마지막으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수능 부정에 대해 교육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죄는 밉더라도 한 순간에 잘못을 저지른 어린 학생들을 선처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거듭 태어나는 자세로 학생들을 잘 지도해 훌륭한 동량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실력 광주’의 명예를 되찾는 일은 학생과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학생들이 올바르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인성 지도에도 각별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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