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중부에서 핵심적 치안유지 역할을 맡아온 폴란드가 내년 2월 중순까지 주둔병력 2,400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700명을 감축키로 했다.예르지 스마진스키 폴란드 국방장관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2월 중순부터 이라크에는 1,700명의 폴란드 군과 군무원이 주둔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영국 한국에 이어 이라크에 대규모로 파병한 폴란드의 부분 철군 결정은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이 "내년 말까지 모든 병력을 빼겠다"고 단언하고 툭하면 지휘권을 내놓겠다고 말해온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 조치는 오히려 상당히 후퇴한 감마저 든다.
하지만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15개국으로 구성된 6,000여 명의 병력을 지휘해온, 이른바 ‘폴란드 사단’의 중추가 감군하는 것은 최근의 철군 및 감군 도미노 현상에 불을 지피고 미군의 다국적군 운용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폴란드의 이번 조치가 폴란드형 경보병 전투사단을 모델로 구성돼 북부 아르빌에 주둔 중인 한국군의 파병 연장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폴란드의 감군 결정에는 국민 대다수가 파병에 반대하는 등 국내 사정도 컸지만, 이면에는 개전 초부터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적극적인 군사행동을 취한데 따른 반작용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지난해 유럽연합(EU) 가입 후 이라크 전쟁에 반대 혹은 소극적 입장을 취해온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트로이의 목마’라는 질시를 받아왔다.
미국과 EU에 양다리를 걸쳐온 폴란드의 고민은 이번 감군 결정에도 반영돼 있다. 스마진스키 장관은 "(감군되는) 700명의 병력은 폴란드에 대기상태에 있으면서 필요할 경우 즉시 이라크에 파병될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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