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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계, 요구만 말고 책임도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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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계, 요구만 말고 책임도 져라

입력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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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가 내년에 더욱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음울한 보고서가 또 나왔다. 올 4분기 경기예측을 아예 포기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제 ‘2005년 전망’을 힘겹게 내놓으며 이른바 한국형 뉴딜 플랜이 제대로 실시돼야 간신히 4% 안팎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3%대 저성장을 예고한 셈이다. 한술 더 떠 LG경제연구원은 3.8% 성장을 말하면서 정부의 경기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대외여건이 나빠지면 2%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하반기에 민간 소비와 투자가 일부 회복될 것이라는 산업연구원의 전망(4.3%)은 낯설기까지 하다.이러다 보니 그나마 사정이 좋은 대기업과 금융권까지 앞다퉈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며 원가 및 경비 절감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외환위기 때 이상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척박한데다 공정거래법, 증권 집단소송법 등 시장질서를 규제하는 법제도 한층 엄격해져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어제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급히 모여 ‘기업경영 선진화 다짐’을 발표하며 투명경영 정착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물론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집단 소송법이 법 제정 이전의 과거 분식회계까지 문제 삼으면 그동안의 관행상 온전할 기업이 별로 없으니 이를 눈감아 달라는 재계의 요구는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쇠뿔을 고친다고 소를 잡을 수는 없는 만큼 국민정서가 납득하는 선에서 해법이 마련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재계도 비상경영만 외쳐선 안된다. 수동적으로 정책을 따라가기보다 고용창출-소비진작-투자확대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데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한다고 기업가정신마저 죽으면 이 나라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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