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가 엿새째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국보법 폐지안 등 이른바 4대 법안을 놓고 여당은 표결까지는 몰라도 토론은 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합의처리를 약속하라며 사실상 토론까지 내년으로 미루자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의 단독 처리설을 흘리며 야당을 압박하고 야당은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며 반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가졌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정상화에 대비해 대응책을 짜는 등 변화의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위해 여당이 소집한 16일 본회의가 정상화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우리당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함께 처음으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여는 등 겉으로는 단독국회 불사 분위기였다. 16일에는 본회의는 물론 운영위도 열어 기금관리기본법 등 ‘한국형 뉴딜 정책’에 필요한 주요 법안들을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에게 "막고 싶으면 들어오라"는 일종의 최후 통첩이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등원과 무관하게 23일 예산안 처리, 30일 4대 법안 처리라는 향후 일정표까지 제시했다. 앞서 천 대표는 14일 소속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주요 민생·개혁 법안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안으로는 초조감이 상당하다. 대외적으로 천명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예산안 등을 처리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여는 것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도 현실적 어려움이다. 김 의장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당 지도부가 이날 김 의장에게 16일 본회의에서 사회를 봐달라고 총력전을 편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한나라당도 속타긴 마찬가지다. 지도부는 여전히 "여당이 4대 입법 합의처리를 약속해야 들어간다"며 버티고 있지만 원희룡 최고위원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무조건 등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은 정치현안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말해 당초 임시국회와 예산안을 연계하겠다던 방침을 접었다. 두 사안의 처리를 무작정 미루기엔 아무래도 여론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예산안도 당초 7조5,000억원 삭감안을 대폭 줄인 조정안을 만들었다. 계수조정소위에 불참하면서도 정상화하면 곧바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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