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서 아직 서툴지만 열심히 배워서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겠습네다."개성 출신의 북한 근로자 한순명(41)씨는 15일 개성공단의 첫 제품 생산업체인 리빙아트에서 냄비를 만들며 이같이 다짐했다.
첫 제품 생산기념식을 마친 남측 인사들은 리빙아트를 둘러보면서 한순명씨처럼 열심히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의 모습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북측 근로자들은 다소 긴장한 듯 별 말이 없었고 한 근로자는 "작업중입네다. 참고하시라요"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남측 인사가 "이것이 바로 개성 깍쟁이의 모습"이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며 다소 남아있던 긴장감도 풀렸다. 리빙아트의 설영교 부장은 "북쪽 사람들은 기술 습득도 빠르고 의사소통도 손쉬워 편하고 가족 같다"고 말했다.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 떨어진 지역에 군사시설을 철거하고 들어선 개성공단. 전쟁과 증오 대신 평화와 신뢰를 키우는 남북 경협의 현장에서 쿵쾅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이렇게 첫 제품은 생산됐다.
이날 오전 서울을 출발한 남측 인사 385명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북방한계선에서 북측 세관의 출입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차창 밖으로 개성공단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만큼 개성공단은 분단의 경계선 가까이에 있었다.
개성공단이 위치한 개성시 봉동리와 판문군 일대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주요 침공로였다. 북한은 전쟁 후에도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 주력 부대인 4군단과 기계화군단 3개를 배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개성공단 착공식 이후 군사분계선에서 개성공단에 이르는 도로 주변과 공단 인근에서는 군 시설이 사라졌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2만8,000평에 입주하는 업체들의 공장 건축도 한창이었다. 의류업체 신원과 반도체 부품제조업체 SJ테크는 내년 초에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남측 인원은 400여명. 북측 인원은 리빙아트에서 일하는 250여명을 포함해 1,3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불도저를 몰고 기계 정비를 하고 식당에서 밥을 짓는다. 개성공단에 1년 2개월째 머무르고 있는 현대아산의 이정택 소장은 "50년 동안 다른 체제에 살았던 사람들이 만났으니 마찰도 있지만 신혼부부가 티격태격하며 정들어가는 것처럼 점점 상대를 존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만큼 개성 시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시내에 이르는 도로변에는 민가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도로포장도 새로 하고 있었다. 한 북측 관계자는 "아직 개성공단 개발 상황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우리도 여러모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이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다.
개성=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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