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5일 국가보안법 개정안 확정을 위해 10시간에 걸쳐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당론 도출에 실패했다. 당내 대세를 형성한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수요모임의 절충안에 대해 자유 포럼을 중심으로 한 영남 보수파 의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당론 결정 방식을 두고도 "투표로 결정하자"는 쪽과 "지도부에 일임하자"는 쪽이 맞섰고 결국 밤10시께 당론 도출방식을 놓고 따로 투표를 가진 끝에 지도부에 일임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박근혜 대표는 의총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의총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시대흐름에 맞게 전향적인 개정안을 확정짓겠다"고 밝혔지만 시기는 못박지 않았다.
이날 쟁점은 ▦법안명 개정 ▦정부참칭 삭제 ▦찬양·고무 조항 완화여부 등 세 가지였다. 당 ‘국보법 개정 특위’는 이미 전날 회의를 통해 ‘정부참칭’조항을 "정부를 표방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단체"로 대체하고 법안명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바꾸는 발전연·수요모임 절충안의 손을 들어준 상태였다. 하지만 보수파 의원들은 이날 작정한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언을 자청, 절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해봉 의원은 "앞으로 여당과 협의할 때 서로 양보하면서 주고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마지노선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병국 의원은 "통일을 지향한다면 또 하나의 정부가 있어서는 안 되는 만큼 또 하나의 정부를 인정하는 참칭 삭제는 안 된다"며 "법 이름도 함부로 바꿀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용갑 의원은 "여당이 개정을 약속하지 않는 한 우리의 개정안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국보법이란 이름이 주는 분위기를 없앤다는 면에서 이름을 바꾸는 것에 찬성한다"며 절충안쪽으로 분위기를 몰았다. 권영세 김명주 이성권 의원 등 소장파측도 "겨울 지나고 봄이 왔는데 당이 옷을 못 갈아 입고 있다"며 유연한 대처를 촉구했다. 결국 절충안 지지파들은 "투표로 결정할 것"을 주장했고, 보수파들은 지도부 위임을 주장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김용갑 의원은 "투표로 결정하면 탈당한다"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결국 "대표의 리더십에 맡겨보자"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87명이 참여한 투표결과 47대 40으로 지도부 위임쪽으로 결론났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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