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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수학 최고의 히트 공식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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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수학 최고의 히트 공식 log

입력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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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올해 최대 유행어가 ‘블로그’라고 한다. 인터넷 웹(web)과 항해 일지를 의미하는 로그(log)를 합성하면 ‘웹로그(web log)’가 되는데, 이를 줄여서 블로그(blog)라고 한다. 1997년 처음 등장한 블로그가 몇 년 되지 않아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으니 인터넷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로그는 다양한 뜻을 갖고 있다. ‘통나무’라는 뜻도 있고 ‘로그인’이나 ‘로그아웃’에서는 ‘기록’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수학에도 로그가 있다. 그런데 이 때의 로그는 로가리즘(logarithm)을 줄인 말이니, 앞의 로그와는 어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에서 로그가 나오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로그를 사용한 단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와 산성도를 나타내는 pH, 소리의 단위인 데시벨(dB), 별의 밝기인 등급은 로그를 이용해 표현한다.

몇 주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 리히터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정도 지진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생기지만, 리히터 규모 8을 넘게 되면 거의 재난 상황이 된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리히터 규모가 별 차이가 없는데 피해 정도에선 왜 그렇게 큰 차이가 발생할까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리히터 규모가 로그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질학자 리히터(Richter)의 이름에서 유래한 리히터 규모는 지진파의 최대 진폭과 진원으로부터의 거리를 이용해 계산한다. 최대 진폭은 지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므로 진폭을 그대로 사용하면 큰 수를 동원해야 한다. 이 때 로그를 이용하면 진폭의 차이가 축소돼 간단히 표현된다. 예를 들어 10을 두 번 곱한 100을 10²이라고 적는데, 10²을 로그로 표현하면 log10100=2가 된다. 만약 100에서 1000으로 10배 증가할 때 로그는 log10100=2에서 log101000=3으로 1만큼 증가한다.

산성도 pH는 7을 기준으로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분하는데, 용액 속에 든 수소 이온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pH에서는 수소 이온 농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농도의 로그값을 활용한다. 때문에 리히터 규모와 마찬가지로 농도가 10배 변할 때 pH는 겨우 1만큼 변한다. 산성도 pH는 0에서 14까지이다. 따라서 양 극단의 수소 이온 농도 차이는 무려 1백조 배에 달한다. 로그가 없었다면 산성도를 나타내기 위해 1부터 1백조까지 엄청나게 큰 숫자를 동원해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로그는 큰 숫자를 간편하게 다룰 수 있게 바꿔준다.

로그는 17세기의 수학자 네이피어(Napier)가 처음 생각해냈다. 일상적인 표현에서 큰 수를 ‘천문학적인 수’라고 하는 것처럼, 천문학에서는 아주 큰 수를 다룬다. 당시엔 천문학의 발달로 큰 수를 다루면서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성이 많았는데, 계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 로그가 도입됐다.

예를 들어 100×1000=100000, 즉 10²×10³=105 에서 지수(10을 몇 번 곱했는지를 나타내는 값)만 생각하면 2+3=5가 된다. 다음과 같이 로그로 표현하면 원래 식에서의 곱셈을 덧셈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계산기나 컴퓨터 같은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로그는 곱셈을 덧셈으로, 나눗셈을 뺄셈으로 변환하는 계산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수학자 라플라스라는 ‘로그의 발명으로 일거리가 줄어든 천문학자의 수명이 두 배로 연장됐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천문학 계산에 있어서 로그의 가치를 드러낸 말이다. 현재 로그는 복잡한 계산을 간편화한다는 초기 목적으로 사용하진 않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여전히 애용된다.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야후(yahoo)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구글(google)이다. google은 10100을 의미하는 googol을 어원으로 하는데, 이는 구글 검색엔진의 무한대성을 표현한다. 요즘에는 google이 ‘검색한다’라는 일반적인 의미로도 사전에 등재됐다. 몇 달 전 구글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27억1,828만1,828달러로 알려졌는데, 이 값이 로그와 연관된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앞서 예로 든 리히터 규모와 pH는 모두 10을 기준으로 하는 상용로그인데, 로그 중에는 기준을 e=2.718281828…로 하는 자연로그도 있다. 자연로그는 미분과 같은 수학적 처리 과정이 상당히 편리하다. 구글은 이름에서부터 수학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연로그의 e=2.718281828…로부터 기업공개 규모 27억1,828만1,828달러, 즉 e billion으로 산정했다는 해석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니카라과 정부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대 공식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우표 시리즈를 발간했는데, 로그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E=mc² 등과 함께 10대 공식에 선정됐다. 로그의 기원이나 현재의 쓰임새를 고려하면 충분히 그런 대접을 받을 만 한 것 같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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