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의 A고 3학년 정모(18)군은 같은 학교의 상위권 학생 4명과 함께 이번 주 초 서울로 올라왔다. 마산에는 논술과 면접시험을 준비할 마땅한 학원이나 전문 교사를 구하기가 힘들어 아예 대학 입시일정이 끝날 때까지 서울에서 지낼 생각으로 짐을 꾸렸다. 정군의 담임교사는 지난해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한 선배 수험생들이 수강했던 서울 강남의 논술과 면접 전문 학원 강사를 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고3의 남은 학사일정은 지장이 없도록 배려했다. 정군 일행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1인당 100만원씩 내 서울 강남구 포이동의 한 원룸에 차려진 전문 강사 사무실에서 하루 3~4시간씩 논술 첨삭지도와 구술면접 준비를 받을 계획이다.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14일 발표된 이후 일선 학교와 수험생들이 논술과 면접 준비를 하느라 초비상이다. 올해 수능이 표준점수와 백분위 만을 반영하면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상위권의 경우 변별력이 크게 떨어져 결국 논술과 면접이 입시의 최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각 학교들은 부랴부랴 전문 강사를 초빙하거나 자체적으로 전담 팀을 꾸리는 등 새로운 입시전형에 맞춘 진학지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덕분에 명문대학 교수들이 고교 초빙강의 때문에 바빠졌다. 면접 방식은 물론 그 학교의 관심 방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 고교측에서 주요 대학의 교수들을 초청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C고는 교감과 3학년 주임교사가 직접 나서 뛰고 있다. 3학년 담임 최모(41)씨는 "심층면접 시험의 경우 작은 정보력의 차이에서 당락이 갈리는 탓에 주요 대학 교수들을 상대로 학연 지연 등을 총동원한 섭외전을 벌이고 있다"며 "실제 지난해 한 상위권 대학의 경우 대학강사나 조교에게 과외를 받은 학생들이 정시모집에 대거 합격했다"고 말했다.
서울 D외고의 경우 지난주 고려대와 이화여대의 입학관련 교수들을 초빙해 논술준비와 입학전형 준비에 대한 특강을 했다. 이 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1학년 때부터 논술관련 수업을 정규수업에 포함시키고 있어 이미 어느 정도 준비는 해 놓은 상태지만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 대학교수를 초청,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학원가의 논술·면접 전문으로 소문난 강사의 특강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K고는 강남 학원 강사를 불러 집중 지도를 하는 특강계획을 세워 놓고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 강사 특강은 학생들에게 1인당 10여만원의 수강료를 별도로 걷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서울 Y고는 강사초빙 여력이 없어 오전 수업만 한 뒤 학생들을 귀가 시킨다. 이 학교 서모(47)교사는 "일찍 하교하는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그룹을 만들어 학원을 함께 다니거나 합숙까지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학교들은 국어 사회 등 논술 관련 과목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학생들에 대한 과외지도를 하고 있다. 서울 강북 E고 이모(51)교사는 "지난달 23일부터 국어교사 지도 아래 논술을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 10여명을 따로 모아 시사문제에 대한 토론과 논술첨삭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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