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에 관한 최근의 국제비교 결과들에 대해 논란이 한창이다. OECD국가의 고교 1학년 대상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2위를, 중 2학년 대상의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TIMSS)에서도 수학 2위, 과학 3위의 탁월한 결과를 얻었다. 우리 교육이 죽지 않았다며 한껏 고무된 쪽이 있는가 하면, 의구심 가득한 시선도 있다. 그러나 PISA가 전문성이 갖춰진 연구라는 점, TIMSS역시 고도의 전문가들에 의한 평가라는 점, 다른 연구들에서도 우리나라 학생의 학력이 높은 순위를 지켜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결과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학생의 학업성취도는 학교가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산물이다. 객관적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를 교육력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교사 평가나 심지어 학교 폐쇄의 근거로 삼기도 한다. 지식 위주의 지나친 줄세우기 폐단은 불식돼야 하나 학업성취 평가를 소홀히 볼 것은 아니다. 또 학업성취 수준이 높은 것이 사교육 때문이다, 아니다 식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 사교육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교육과정 혁신과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반영된 측면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학업성취도만이 교육 성패의 절대적이고 유일한 지표가 아님은 자명하다. 이번 결과는 높은 학업성취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서적, 도덕적, 신체적 발달 등 다른 교육 목표들에 대한 불균형을 걱정하게 만든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학업성취도의 학생간 차이가 작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OECD는 평준화의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수긍이 간다. 그러나 상위 5%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평준화로 잃는 점이거니와, 국가 발전에 치명적이 될 수 있으므로 영재학교,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등 평준화 보완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함을 시사한다.
끝으로, 학교유형·지역별로 차이가 크게 나타난 점,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도와 자신감, 즐거움 등이 매우 낮게 나타난 점, 남녀 학생간 성취도 차이가 큰 점 등은 정책적으로, 또는 교수-학습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이번 결과가 우리 교육 개선에 유익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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