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6월까지 외국에 넘어간 국내 기업의 자산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반기 기준으로 따질 경우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높은 것이며, 불과 6개월 동안 재계 순위 14위의 신세계그룹과 맞먹는 국내 자산이 외국에 넘어갔음을 뜻한다.
15일 본보가 입수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합병(M&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간 국내 기업은 61개였으며, 이들 기업의 총 자산은 5조11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의 M&A 규모(3조4,829억원)를 능가하는 것이며, 2002년 2001년과 비교할 때는 각각 4배와 2.5배 가량 많은 것이다. 올들어 M&A 규모가 급증한 것은 한미은행(3조680억원→씨티은행), 현대투신증권(1,017억원→푸르덴셜), 현대시스콤(1,200억원→홍콩 UT스타콤) 등 자산규모가 큰 기업들이 무더기로 외국에 팔렸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외국 자본의 M&A 규모는 반기 기준으로 따질 경우 외환위기로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사냥이 한창이던 1998년(연간 74억달러)과 1999년(연간 87억달러)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2004년 6월까지 외국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간 국내 기업의 규모는 35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가 지난해 소버린의 SK㈜지분 취득 등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한국 기업이 증시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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