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노을도 색이 예쁘지만,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바라보는 겨울날 저녁노을도 색이 참 예쁘다. 여름 노을처럼 여운이 길지 못하고, 노을이 밀려드는가 싶어 잠시 감상에 젖는 사이 어느 결에 땅거미를 내리고, 먹물처럼 짙은 어둠을 내린다.내가 10년째 들어와 살고 있는 일산 신도시는 강과 또 그 강이 만나는 바다가 가까워 서울보다 노을 빛이 좋다. 한양 서향팔경에 ‘일산낙일’ 항목 하나 넣는다 해도 다른 일곱 가지 항목에 조금도 누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 노을도 집안 거실에서 베란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보다는 강가 길 위의 자동차 안에서 바라볼 때 더욱 마음이 황홀해진다. 같은 노을을 두고도 우리집 아이들은 오렌지빛 같다고 말하고 나는 인주빛 같다고 말하고, 이제는 어느 쪽도 쉽게 편을 들어 말할 수 없는 아내는 둘 다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인주빛의 비유가 생경하게 들려서인지 아이가 아빠는 어른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느냐고 물었다. 아빠는 어릴 때 귤이 뭔지도 잘 모르고 자랐다고 하면, 그제서야 아항 하며 그럼 인주는? 하고 되묻는다. 그거야 자주 봤지. 동네 반장이 수시로 와서 찍으라고 했으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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