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전달한 당부 내용의 골자는 ‘적법한 수사는 하되 여론몰이는 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앞두고 15일 아침 윤광웅 국방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 노 대통령은 진급비리 수사 이야기를 꺼내면서 먼저 "이번 수사가 합법적이냐"고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노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는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사를 하되 적법한 절차를 지키라는 것으로, 특히 군검찰이 수사내용을 언론에 흘려 육군을 궁지로 몰아넣는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명한 것이다. 군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 "쇼킹한 대목이 있다"는 등의 방법으로 언론에 수사상황을 유출시켜 육군의 반발을 사 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당초 청와대에 접수된 비리첩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사를 성공적으로 완결 지어 불합리한 육군 인사시스템을 고치겠다"던 군검찰의 기세도 다소 주춤거릴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노 대통령의 경고는 군 통수권자로서 육군과 군검찰의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지도 아울러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검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장성급 인사를 잇따라 소환했음에도 조직적인 범죄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채 각종 의혹만 난무, 조직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육군은 수사가 장기화하고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이는 지휘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군검찰과 육군의 갈등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국방부의 한 대령은 "대통령이 군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육군총장의 사의를 반려할 때 수사종결에 대한 언질도 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지휘관회의는 고유가에 따른 훈련의 애로와 부대개편 및 이전의 진척 상황, 해외장병의 임무 수행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면서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어 윤 장관이 대통령의 당부말씀을 전한다면서 장성진급 비리수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자 회의장에는 더욱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참석 지휘관들은 1시간 40분 동안 군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