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사상 통제와 측근 중용을 두 날개로 권력을 집중하며 친정 체제를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후 주석이 9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승계할 때만 해도 ‘권력기반이 안정되지 않아 당분간 유화적 국내외 정책을 쓸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했지만, ‘냉혹한 권력자’의 이미지가 더 부각되고 있는 것.
우선 국내 사상 단속에서 예상을 넘은 초강경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공안 당국이 13일 류샤오보(劉曉波) 등 대표적 반체제 지식인 3명을 ‘안보 위협’혐의로 연행해 심문하자 외신들은 ‘권위주의 복귀 조짐’이 아니냐며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언론에 체제 비판적 글을싣지 말라고 지시하고, 관영 매체들이 지식인의 ‘엘리트주의’와 ‘부르주아 자유주의’를 경고하는 등 최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돼 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와 BBC등 외신들은 "강경 노선을 밟을 것임을 공개 경고한 것" "정치적 유화 시대의 희망을 짓밟은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1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일반 민중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10일 "정치 의식과 책임감을 가져 여론을 정확하게 이끌라"며 토론 방송의 관리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후 주석의 칼 끝은 당원도 비켜가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6,800만여명 당원 전부에 대한 사상 교육에 들어가는 것. 개혁 개방이 본격화한 1990년대 이후 처음인 대규모 사상 교육은 최근 대규모 민중 폭동 빈발에 대한 위기 대응책이지만 후 주석의 당원 군기잡기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상교육을 맡을 ‘당원선진성 교육판공실’은 후 주석의 지시로 10월 설립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1989년 천안문 유혈 진압이란 원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과감한 내부 단속 조치를 계속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후 주석은 또 측근들을 중앙과 지방 요직에 전면 배치하며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13일 임명된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서기, 쉬광춘(徐光春) 허난(河南)성 서기, 루잔궁(盧展工) 푸젠(福建)성 서기, 왕타이화(王太華) 국가라디오영화TV총국장은 후 주석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10일 국가체육총국장이 된 류펑(劉鵬) 쓰촨(四川)성 부서기도 마찬가지이다.
AFP통신은 "후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장기적으로 최고 권력기구인 당 정치국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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