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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폐지 운동 이영우 신부… "내년엔 국회 통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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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폐지 운동 이영우 신부… "내년엔 국회 통과 기대"

입력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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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를 위해 동분서부 해 온 이영우(41·세례명 토마스) 신부는 요즘 다소 실망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75명이 서명해 제출한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이 국가보안법 파동으로 법사위원회에서 유야무야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법사위원 15명 중 9명이 사형 폐지 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에 동의하고 있어 내년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장인 그는 8년째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고 있으며 범종교 단체인 한국사형폐지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1987년 이전에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면 빨갱이로 몰렸어요.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16대 국회 때는 무려 156명의 의원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했는데도 논의조차 안됐지요. 이번엔 다행히 법사위 상정 직전까지 왔습니다."

사형제를 없애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단호하다.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것 아닐까요? 한 사람 사형시킨다고 연쇄살인범을 막을 수는 없지요. 교도소는 병원과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그들을 교화하고 변화시키는 게 사회안전망을 세우는 일입니다. 다 죽이면 이 사회가 변화되나요? 사형 집행 직전까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법관의 오심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죠."

이 신부는 7년째 교도소를 드나들며 사형수 등 재소자 선교에 힘쓰고 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형수는 12명. "지금 미집행 사형수는 총 59명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섬뜩한 사람들이지만 일부는 참회 속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이들에게는 핵폭탄이었습니다. 이후 언제 형장에 불려갈지 몰라 공포에 떨고 있지요. 2005년 새해 아침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더군요."

그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가 한꺼번에 형 집행된 현장을 지켜본 전임 신부가 몇 달이 지나도록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일화를 얘기했다. "교도관들도 몇 십년이 지나도 죽은 사형수의 이름과 수번을 기억할 만큼 충격이 크다고 합니다. 누가 남의 목에 밧줄 걸고 버튼 누르고 싶겠습니까? 그들도 평생 남한테 말 못하는 상처를 안고 가는 거지요."

요즘 그의 관심은 극악범 피해자 유가족들을 정신적·종교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쏠려 있다. 오후에 재소자 세례식을 위해 삼선동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사무실을 나서 서울구치소로 떠나는 이 신부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글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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