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화요일 오전 6시 30분 서울 관악구 신림초등학교. 어둠이 가시지 않은 초겨울 운동장이 일순간 부산해졌다. 날렵한 사이클 복장에 헬멧을 단단히 조인 어린이 30여 명이 구본만(51) 교사(5학년 4반 담임)의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파이팅!"을 외치며 쏜살같이 교문을 빠져나간 아이들은 관악산 제2광장을 지나 서울대 공학관까지 왕복 15㎞를 달린다. 관악산 오르막길에 이르자 어깨는 뻐근하고 종아리가 뭉쳤지만 불평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4~6학년으로 구성된 녹색소년단 30여 명을 데리고 매일 1시간 30분씩 체력단련을 시키는 호랑이 선생님이다. 1995년 인근 삼성초등학교 근무 시절부터 10년째 자전거 타기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를 시킨 뒤로 애들이 감기하고는 담을 쌓았고 코피 나는 학생이 없어졌습니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아토피 피부염을 앓던 학생들도 깨끗이 나았어요. 몸도 날씬해져 친구들이 부러워한대요. 게다가 무공해 교통수단이니…. 이만하면 만병통치라 할 수 있죠?"
주말에는 학부모들도 동참한다. 이날 아침 아들 창근이와 함께 나온 박재완(42·한일태권도장 관장)씨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애들을 강하게 키우시지만 컴퓨터 게임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밖으로 끌어내 주신 게 고맙다"고 말했다.
구 교사와 아이들은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완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766.7㎞ 국토 종단에 성공했다. 2001년 여름방학때는 한계령을 자전거로 넘는 쾌거를 이뤘다. 작년 2월에는 환경부 지원으로 자전거 타기 생활화 캠페인을 벌이며 식물도감을 제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생명이라는 소중함과 국토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강행군이라 입술이 터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추억을 줬다는 게 뿌듯합니다."
안동교대를 나온 구 교사는 1남 1녀를 뒀다. 대학생 아들도 자전거로 통학한다. "행자부에서 자전거 도로를 많이 만들었지만 사후 관리가 잘 안됩니다. 주변 상가에서 짐을 쌓아놓거나 해서 아예 막혀버리기 일쑤이지요. 교육부에서 자전거 통학 시범 학교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일에 가 봤더니 공해 없애고 교통비 절약하고 운동도 한다는 차원에서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돼 있어 정말 부러웠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땅의 숨소리도 느낄 수 있지요."
그는 꿈 하나를 소개했다.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한라산에서 인천까지 가서 배를 타고 중국 단둥을 거쳐 백두산까지 통일맞이 자전거 대행진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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