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본보와의 13일 인터뷰에서 밝힌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전향적인 해법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6자 회담 재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다자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불가침 조약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켈리 차관보의 발언은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 안전보장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줄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돼 주목된다.먼저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발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법 추구’ 원칙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미국의 구체적 로드맵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또 이번 발언에 6자 회담을 6개월 동안 거부해온 북한을 회담장으로 유인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충분히 녹아있다고 평가한다. 이례적으로 김정일 체제의 이성적인 리더십을 인정하고, 대북 공격 계획이 없음을 재차 강조한 발언 등이 그것이다.
최근 두 차례 가동된 북미 뉴욕 채널에서 조지프 디트러니 미 북핵담당 특사가 ‘북핵 해결시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 가능’이라는 입장을 담은 메모 형식의 문서를 북한에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당국자들은 이러한 미측의 행보가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 지명자에 의해 주도됐던 ‘대담한 접근 구상’에 따른 것 일 수 있다는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이스 지명자가 재임 중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으로 삼으려 한다면 향후 북핵 문제 전망은 부시 1기 때와는 판이할 수 있다.
켈리 차관보의 발언 내용 중 ‘다자 평화협정’은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다자 협정이 6자 회담 참가국 전체가 참여하는 협정인지 아니면 남북한이 체결하고 나머지 4개국이 보증하는 형식인지 등이 불분명해 미국의 의중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제네바합의 후 진행된 4자 회담에서 정부와 미국은 남북한이 체결하고 미·중이 보증하는 협정 체결을 추구한 반면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협정 체결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남한 내에서는 남북한과 미국 등 3자가 당사국이 되는 협정도 가능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어느나라 와도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 미국이 대북 불가침 조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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