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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수능 성적표 받은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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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수능 성적표 받은 학생들에게

입력
200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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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에 교무실로 한 남학생이 찾아와 반창고가 있는지 물었다. 어디를 다쳤느냐고 묻자 손바닥을 펴보이며 어제 집에서 장작을 패느라고 물집이 생겼다고 했다.반창고를 꺼내 주면서 지나는 말로 "장작을 팰 때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학생은 씩 웃으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도끼질을 한다"고 대답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하고 격려해 주면서 "기왕에 장작을 팰 거면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학생을 교실로 돌려 보냈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들었던 우유배달원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이른 새벽부터 이집 저집 찾아다니며 우유를 배달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게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일도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건강에 좋은 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그 일을 일로만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관절이라든지 몸에 무리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참으로 신기했다. 우리의 마음가짐은 건강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가르칠 학생이 있다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생각하면 학생들 얼굴하나하나가 달덩이처럼 보여 마냥 즐겁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도 솟아난다. 그렇지 않고 이 역시 일로만 생각하면 가르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참으로 마음은 삶 자체를 의미 있게 할 수도, 그렇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드디어 말도 탈도 많았던 대입 수학능력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자신의 점수에 만족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에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은 결과에 낙담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해마다 수능 성적에 너무 실망해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올해도 그런 학생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당부하건대 설혹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실망은 절대 금물이다. 수능의 실패가 결코 인생의 실패는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하면 수능의 실패와 그로 인한 고통은 분명 자신이 가야할 새로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스물 둘의 젊은 나이에 온 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무서운 병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려운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누구도 넘보기 힘든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쌓았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한차례 수능 정도의 실패에 쉽게 좌절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실패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바란다.

skyho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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