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 애비는 형제 없이 혼자 컸어도, 느는 동기간이 다섯이다. 어릴 때는 한 마당에서 크고 한 밥상에 둘러앉아 커서 으레 옆에 있어야 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지, 서로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모르지. 느들은 부모하고 오래 사는 게 아니라 느 동기간들과 오래 산다. 평생 의지처도 부모가 아니라, 형제들이다.옛 말에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친구가 그만큼 좋다는 말이거든. 제 정신이 아니라 남의 정신 따라서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강남 갈 만큼 말이지. 그렇지만 이 다음 느 형제간에 이건 꼭 알고 지켜야 한다. 형제간의 일에 친구를 끌어들이지 마라. 또 친구간의 일에 형제를 끌어들이지 마라. 가장 가까운 것들이 서로 어려운 구분 없이 섞이면 거기에서 안팎간에 느 터전이 무너지는 법이다.
형제간의 일과 친구간의 일을 구분해서 서로 반듯하게 대해라. 그게 수족과 의복 둘 다 잃지 않고 오래 지니는 법이다. 밥상 앞에서, 화롯가에서, 또 지팡이를 들고 따라다니는 길 위에서 내렸던 이런 가르침들을 지금 떠올려보면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 바로 할아버지셨구나 하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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