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여관 투숙객들을 대피시키다 숨진 50대 여관 청소원이 시동생의 정부와 법원을 상대로 한 3년여의 끈질긴 투쟁 끝에 마침내 의사자로 인정받게 됐다.이록상(47·자영업·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씨는 10일 서울고법으로부터 2년 전 숨진 형수 권오남(당시 51세·사진)씨를 의사자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아 냈다.
2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시어머니(73)를 모시며 3남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여관 청소일을 해 오던 권씨는 2002년 5월1일 오전 3시18분께 마산의 모 여관 화재 당시 객실 방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손님들을 깨우다 정작 자신은 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사고는 모두 10명이 숨진 참사였지만 15명의 투숙객은 대피할 수 있었다.
비보를 접한 시동생 이씨는 경남 마산시에 권씨의 의사상자 보호 신청을 했으나 2003년 1월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상자심사위원회로부터 불인정 결정 통보를 받았다. 뒤이은 행정심판도 기각되고 복지부를 상대로 한 의사자 불인정 처분 취소청구소송 역시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이씨는 "형수님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실히 자식들을 키우고 노부모를 모셔 합천 이씨 종친회로부터 삼강(三綱)상을 받고 경남도지사로부터 장한어머니상도 받은 분이었다"며 각계에 탄원서를 내 형수의 ‘살신성인’ 인정을 호소했고, 이러한 이씨의 정성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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