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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죄송합니다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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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죄송합니다 서비스’

입력
200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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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장모님이 환갑을 맞으셔서 두 분을 모시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던 분들이기에 특별히 특1급 호텔에 방을 잡았다. 부모님이 ‘특1급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한번쯤 체험해보시길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러나 그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방 조명에 문제가 생겼고, 두 번째로 욕조 배수구가 열리지 않았다. 하필 그런 일이 우리들 방이 아닌 부모님 방에서 연속적으로 터지는 게 당혹스러웠다.첫날 밤, 기어코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기로 유명한 섬. 그런데 밤새 창문 사이로 스치는 바람소리에 아버님께서 한 잠도 주무시지 못한 것이다. 우리를 깨우기 미안했던 아버님은 직접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으나, 방을 살피러 온 직원들은 ‘내일 방을 바꿔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연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침에 살펴보니, 창문은 손잡이를 위로 올리기만 하면 방음이 되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그것 하나도 체크하지 않은 채 사과만 해댔고, 아버님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이다.

이타미 주조 감독의 영화 ‘담포포’를 보면 역전에서 라면장사 하는 남자가 나온다. 그는 한꺼번에 몰려든 손님들이 주문하는 수십 가지의 라면 종류를 순식간에 외우고, 순서대로 만들어내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장사를 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테이블에서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만 나도 웨이터가 부리나케 달려와야 ‘제대로 된 서비스’ 취급을 받는다.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만이 좋은 서비스는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빠르고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특1급의 서비스다. 그 호텔에는 사과만 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고위급 관료 같은 직원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김양수 월간 PAPER기자,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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