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을 선언한 현대·기아차가 내년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올해보다 규모가 대폭 줄어든 초긴축 예산을 짜고 있다.14일 현대·기아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초 정몽구 회장에게 내년도 사업계획을 보고했다가 정회장의 예산 대폭 삭감 지시에 따라 사업본부별 예산안을 전면 재작성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삭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폭을 놓고 고심중"이라며 "하지만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보다 늘리는 등 부문별로 다소 편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당초 예산안 대비 ‘30% 일괄 삭감’을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각 본부별로 내년 사업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의 국내영업본부장이 바뀌고 부본부장이 새로 임명된 것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며 "기아차의 경우 올해 내수 부문만 보면 4,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환율 급락으로 채산성이 위협받고 있어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영업사원 4,000명 가운데 한 달에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는 사원이 14%인 560명에 달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체질 개선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의 철도차량 제작 계열사인 로템은 지난달 관리직 1,500여명 가운데 350명을 계열사로 전출시켰으며, 이중 60여명은 6개월 평균 임금과 150%의 성과급을 받고 희망 퇴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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