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모르긴 몰라도 배용준(32)일 것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순정의 화신’으로 거듭난 ‘욘사마’ 배용준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일본 중년여성들의 애간장을 타게 했다.그리고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대일 수출품’이 됐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유력 일간지들이 일본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11일 보도한 ‘욘사마 열풍’과 ‘겨울연가’의 경제효과는 모두 2,300억엔(약 2조3,000억원). 이 수치들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11월27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린 배용준의 사진전은 불과 12일간 6만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고, 15만원에 달하는 사진집은 6일만에 초판 10만부가 동나 10만부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USA투데이가 10일자 기사를 통해 지적했듯 그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숭배는 단순한 팬덤을 넘어 ‘한·일 양국관계가 급반전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 중년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과 춘천을 찾기 위해 현해탄을 넘었다.
중년여성들의 욘사마 열병을 뜻하는 ‘욘플루엔자’ 가계지출에서 욘사마 관련용품 구입 비율을 뜻하는 ‘용겔계수’ 같은 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무로에서 영화 잡일을 거들던 배용준은 1994년 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데뷔할 당시만 해도 그저 가능성 있는 젊은 연기자 중 하나였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감수성 예민한 부잣집 아들 석주를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그는 ‘첫사랑’에서는 건달, ‘맨발의 청춘’에서는 깡패 아들, ‘호텔리어’에서는 냉정한 M&A 전문가로 나왔다.
그리고 영화 데뷔작 ‘스캔들’(2003년)에서는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순정파 이미지를 버리고, 천하 제일 ‘바람둥이’로 거듭났다. ‘고전적 귀공자’ 이미지의 한계를벗어나려는 노력이었다.
그러기에 철 지난 그의 이미지가 일본 여성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욘사마 열풍’은 우리에게는 낯설었고 ‘운이 좋아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들리기도 했다.
배용준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언제까지 그가 2002년 생산된 ‘겨울연가’의 준상으로만 사랑받을 수는 없다. 2004년 누린 복된 시간의 부피만큼 그 앞에는 ‘위대한 스타는 스스로를 태워 빛을 발하는 존재라는 걸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무거운 숙명이 놓여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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