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국보법의 무리한 적용을 지적하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정치권의 국보법 개폐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보법 위반 사범에 대한 법원의 선고유예는 이례적인 것으로, 국보법 폐지 논란이 본격화한 이후 항소심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서울고법 형사5부(이홍권 부장판사)는 14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북한을 찬양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국보법상 찬양·고무 등)로 기소된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유모(2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 원심대로 징역 8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를 받은 후 2년 내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돼 무죄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당연직으로 한총련 대의원이 됐을 뿐 주도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고 자수한 뒤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한다"고 선고유예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에게 "학생시절에는 누구든지 많은 비판정신이 있을 수 있으나 성인이 된 만큼 자신의 행동이 주변과 국가·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행동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선고 뒤 판결취지에 대해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게 된 경위나 그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엄벌에 처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법률적으로 (처벌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원심 판단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2002년 11월 대학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지난해 한총련 대의원으로 활동했으며 검찰은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지자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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