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경우 상위권과 하위권에 전체 10% 이하의 수험생들이 자리잡고 중위권에는 다수가 분포해 치열하게 등급 경쟁을 하는 전형적인 ‘항아리형’을 보였다. 영역별 등급간 점수 차이도 비교적 일정해 외형적으로는 난이도 조절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모습이다.그러나 선택과목이 많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등의 성적분포는 최상위권과 중상위권에 학생들이 몰리며 변별력이 떨어지고 표준점수 분포도 불규칙해 난이도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있다. 윤리 한국지리 등은 1등급에 동점자들이 대거 몰리며 2등급이 한명도 없어 1점 차이로 1등급과 3등급이 갈리는 기현상이 나타났을 정도다.
언어영역은 1등급 표준점수가 128점 이상. 언어, 수리, 외국어 3과목 중 1등급 표준점수가 가장 낮아 세 과목중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고 할 수 있다. 수리 1등급의 경우 ‘가’형 131점, ‘나’형 140점 이상 이었다. ‘가’, ‘나’형은 항아리형의 안정된 분포를 보였지만 등급 표준점수 차이가 커 자연계열의 경우 대학별로 ‘가’형에 가중점수를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논란은 사회·과학탐구에 모아진다. 사탐과 과탐 윤리 한국지리 생물I 등의 원점수 만점이 표준점수로 모두 낮게 나타났고, 수험생이 어려워 선택을 기피하는 법과 사회, 경제, 지리 등의 표준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아 유리해지는 등 난이도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남명호 수능연구관리처장은 "6월과 9월 모의수능을 치지 않았던 고득점 재수생이 본수능에 대거 응시한데다, 6차 교육과정에서 필수 선택과목이었던 윤리, 국사, 한국지리에 몰린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학탐구도 사탐과 마찬가지로 과목별로 등급 표준점수 차이가 컸다. 1·2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생물I 61점, 지구과학I 63점, 화학I 63점 등이었고, 생물I과 화학II의 점수차이가 6점이나 됐다. 원점수 만점기준 표준점수도 지구과학 I이 63점, 화학II 69점으로 6점 차이가 났다. 특히 생물I은 1등급 비율이 14.18%에 달해 2등급은 아예 없었다.
올 수능은 표준점수의 최초 도입으로 전체적인 난이도 조정은 이루어졌지만 일부 과목은 변별력 측정에 실패해 앞으로 적지않은 과제를 남기게 됐다. 서남수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는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를 같게 맞추거나 원점수 자체를 제공할 경우 ‘쉬운 과목 쏠림 현상’이 가속화 할 수 있다"며 향후 입시에서도 표준점수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난이도 조절용’이라는 표준점수제를 도입하면서 정작 난이도를 맞추지 못한 것은 넌센스"라며 "출제방식 및 통계기법 개선 등 보완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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