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바른정치실천연구회’(회장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가 14일 개최한 ‘17대 국회 중간평가 세미나’에서는 여야 정치인과 전문가를 막론하고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국회 파행 와중에 축사를 위해 참석한 김원기 국회의장과 여야4당 원내대표들은 한목소리로 자아비판에 나섰다. 김 의장은 "구습과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묶어내는 용광로 역할을 못하고 갈등·분열·대립을 증폭시키는 진원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우리당 천정배 대표도 "일부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전체 모습은 과거와 같은 폭로·정쟁·공전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대표는 "각자 이해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게 아닌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천영세 대표는 "교섭단체 위주의 특권과 불투명성에 의한 국회 운영이 파행의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 하는 정치적 기량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발표와 토론에 나선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지적은 더 날카로웠다. 이화여대 김수진 교수는 "정당 내 리더십과 정치력 부재가 파행의 원인"이라며 "비타협적인 중진들이 파행을 주도했고 초선들도 감성적 대립에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이강래 의원은 "당리당략에 입각한 정당운영과 원내전략 때문에 구태가 예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당 전병헌 의원도 "정치권의 무능한 협상능력으로 인한 상쟁 정치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국회를 권력투쟁의 장소로만 봐 정치적 협상이 실종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제도와 운영 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 교수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의원 면책특권 제한, 예결위 상임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와 국정감사 일정 조정 등 운영방식 개선을 제안했다.
한편 김덕룡 대표는 이날 "주최측이 불렀다고 4당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쪼르르 다 온 것은 처음인 것 같은 데 이강래 의원 파워가 세긴 세다"고 덕담했다. 또 사회자 요청으로 4당 원내대표가 악수 포즈를 취하자 한 방청객이 "싸우지만 말고 잘 좀 하라. 악수하면 뭐하나. 몇 분도 안간다"고 야유하는 멋적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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