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 의회와 과도 정부 구성을 위해 내년 1월30일 실시하는 이라크 총선의 정당별 후보자 등록이 15일 마감됐다.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계획의 성패는 275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를 무사히 치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과도 의회·정부가 제 때 성립하지 못하면 신 헌법 초안 작성 → 신 헌법 국민투표 부의 → 총선 → 민주적 주권 정부 출범 등 향후 정치 일정도 연쇄적으로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 시아파 예고된 승리 = 시아파가 지배적 정치세력으로서 지위를 한층 굳힐 전망이다. 지역구 선거 없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채택, 시아파 60%, 수니파 20%, 쿠르드족 17%인 인구비가 고스란히 의회로 옮겨질게 확실시 된다.
게다가 시아파는 최고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 주도로 강경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파가 통일이라크연맹(UIA) 깃발 아래 똘똘 뭉쳐 선거전에 나선다. UIA의 228명 후보자 명부는 미국에 팽 당한 아흐메드 찰라비도 포함되는 등 범 시아파 성격이 명확하다.
수니파는 시아파의 들러리를 서야 하냐며 시큰둥한 입장이다. 최대 정파인 이라크이슬람당(IIP)이 선거에 참여해 ‘반쪽 선거’는 피했지만 무슬림학자연합 등 상당수 수니파 세력은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 선거 이후 전망 = 날로 격화되는 저항세력들의 공세로 18개 주 모두에서 제대로 선거가 실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선거를 잘 치른다 해도 이후 정세가 미국 구상 대로 순탄하게 굴러갈지는 불투명하다.
먼저 선거 승리 이후 시아파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알 사드르를 제외한 대부분 시아파 지도자가 미국과 협조적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선거 뒤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UIA의 1번 공천자로 과도정부 총리 선출이 유력시 되는 압둘 알 하킴 SCIRI 의장 등 시아파 지도자 상당수는 이란 망명객 출신으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UIA 후보자 명부 등록 때 굳이 ‘친 이란 정치인 1번 공천’이라고 대서특필, 이 같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물론 미국은 시아파와 적당한 선에서 절충할 수 있다고 낙관하지만 일각에선 이란과 비슷한 ‘유사 신정(神政)’(Quasi-Theocracy)의 등장까지 점치기도 한다.
미국 입장에선 선거 이후 파병국들의 감군·철군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과도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1546호에 따라 내년 6월부터는 철군 요청권을 갖게 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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