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경착륙까지는 아닐지라도 세계경기를 지탱해 왔던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 정보기술(IT) 경기의 둔화로 과거 10년치 평균 성장률(3.6%)을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두자릿수 수출 증가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가의 재급등, 중국경제의 경착륙, 세계 환율전쟁의 심화, 도미노 금리인상 등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연구소인 EIU는 13일 ‘2005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4.1%에서 3.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IU는 중국이 내년 8.1%의 성장률을 기록, 연착륙하는 가운데 미국은 부양정책 효과의 소진으로 성장세가 올해보다 다소 낮은 3.1%,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올해보다 부진한 1.5~1.8%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EIU는 특히 유가 재급등, 금리인상, 환율전쟁, 중국의 경착륙 등을 내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4대 변수로 지적하고, 이 중 하나만 현실화해도 세계 경제는 심각한 부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2005년 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가 미국·일본의 경기둔화, 중국경기의 연착륙 등으로 올해 전망치(4.3%)보다 둔화한 3.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특히 올들어 하강하기 시작한 세계 IT경기가 내년에 2001년과 같은 침체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한국의 경우 수출이 줄어들 뿐더러, 채산성도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서 최대 난제는 환율과 유가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약 달러’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간 환율전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계 주요 환율이 급변동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환율전쟁이 통상마찰, 무역전쟁으로 심화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중동의 정세불안도 계속되고 있어, 유가도 언제 터져 나올 지 모를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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