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12월14일 태평양전쟁의 미국측 영웅 제임스 해럴드 둘리틀이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에서 태어났다. 1993년 졸(卒). 세계 최초의 맹목계기(盲目計器) 비행(1929), 전미(全美)횡단 비행(1931) 기록을 세운 비행가이기도 했던 둘리틀은 태평양 전쟁 초기의 둘리틀 공습(Doolittle Raid)을 이끈 군인으로 더 유명하다.둘리틀 공습은 1942년 4월18일 미국 항공모함 호네트호에서 출격한 B25 폭격기 16대가 둘리틀 준장의 지휘 아래 도쿄(東京)·요코하마(橫濱)·가와사키(川崎)·나고야(名古屋)·고베(神戶)·와카야마(和歌山) 등 일본 주요 지역을 폭격한 사건이다. 일본군이 진주만을 기습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진 이 반격은 일본 본토에 대한 미군의 첫 공격이었다. 둘리틀은 이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미국 의회 훈장을 받았다. 사상자 360여 명, 파괴가옥 350여 동으로 둘리틀 공습이 일본 측에 초래한 피해가 치명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일본 해군 핵심부는 본토에 대한 미군의 공격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고, 제해수역(制海水域) 확대를 위해 그 해 6월 미드웨이 해전을 도발하는 최종적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일본군은 암호 관리 소홀로 사흘간의 미드웨이 해전에서도 미군에 참패해 병력 3,500명, 주력 항공모함 4척, 항공기 300대를 잃는 수모를 당했다. 둘리틀 공습은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도쿄 위에서의 30초'(Thirty Seconds Over Tokyo)라는 선전영화로 만들어져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도 항공장교로 참전한 둘리틀은 1930년에 퇴역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다시 군대로 돌아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선에서만이 아니라 북아프리카, 유럽 전선에서도 미 공군을 지휘했고, 종전 뒤 셸 오일사(社) 이사로 일하다 은퇴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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