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서 부상한 미군 병사가 자신의 손가락 대신 결혼반지를 선택한 애틋한 사연이 13일 공개됐다. 결혼 2주만에 이라크로 떠난 미 해병 데이비드 베틀(19) 상병은 지난 13일 팔루자의 치열한 전투에서 매복공격을 받았다. 한 건물에 진입하던 중 갑작스런 무장세력 공격으로 다른 해병 11명과 함께 큰 부상을 입었다. 왼손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두 다리도 심한 상처를 입었다.의료진은 배틀의 약지에 끼어 있는 반지를 잘라 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엉망이 된 왼손 가락을 되도록 많이 살려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배틀은 ‘손가락은 잃어도 결혼반지는 자를 수 없다’며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현재 미국 로스엔젤레스 근교의 부모 자택에서 요양 중인 배틀은 "영혼의 동반자인 아내에게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으나 그러질 못했다"며 "결혼반지를 부셔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배틀의 요구에 따라 그의 손가락을 자르고 반지를 온전히 빼내긴 했다. 하지만 시련이 여기서 그치지 않은 듯, 의료진이 수술 뒤처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그만 반지를 잃어 버리고 말았다. 아내 데본은 이 같은 사연을 전해 듣고 "처음에는 정말 화가 났다"면서 "나중에 그가 있다는 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나 사귀어 온 두 사람은 배틀이 이라크로 떠나기 2주 전인 올 6월 결혼식을 올렸다. 배틀은 회복하면 다시 해병복무를 희망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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