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SK주식을 매입한 이후 두 회사 주가가 3일 연속 하락하는 등 ‘백기사 선언’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13일 거래소 시장에서 SK 주가는 5.84% 하락하며 5만8,0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달 초 7만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하락세이다. 삼성전자 역시 장중 한때 39만9,000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다 간신히 40만원을 회복했다.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달 말부터 지속돼 왔다.
특히 삼성전자의 SK지원설이 유포된 9일 이후 13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SK 1,347억원, 삼성전자 1,836억원으로 매도 강도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SK의 주가하락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와 함께 삼성전자의 대량 주식매입으로 SK관련 인수·합병(M&A) 재료가 사라지면서 단기차익을 노리던 외국 투기자본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SK 주가가 떨어지자 외국계 대주주인 소버린이 경영진을 비난하며 M&A 관련 발언을 했지만, 이미 식상한 분위기여서 주가 하락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하락 역시 정보기술(IT) 경기의 영향이 크지만, 불투명한 경영형태에 대한 외국인의 불신도 적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삼성전자의 SK 지분 매입과 관련, "한국 재벌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비정통적인’ 방식을 취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IT업체 삼성전자가 석유정제 업체인 SK 지분을 매입한 것은 시너지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어 회사가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는 지적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주주 이익을 위해 신규 설비투자도 꺼리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SK 지분 매입은 악재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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