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대가 중의 대가인 심소(心韶) 김천흥(金千興·95), 관재(寬齋) 성경린(成慶麟·93)씨. 두 명인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보유자다. 10대부터 지금까지 80 성상을 ‘궁중음악 보존’이라는 한길을 걸어온 두 예인의 뜻을 잇고자 출범한 국악관현악단 ‘심재정악단(心齋正樂團)’이 23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창단 연주회를 갖는다. 심소의 ‘심’, 관재의 ‘재’를 딴 이 악단은 양인의 제자인 가야금 연주자 채성희(47)씨가 1년 전부터 준비해온 단체다.연주회를 앞두고 만난 두 사람은 지금도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제자들을 지도한다고 했다. "기특하지요,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단체를 만든다는데…"라고 김씨가 말하자 "우리 호를 붙였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뜻이 중요한 거지"라고 성씨가 잇는다.
국악인 30여 명이 참여한 심재정악단은 전통 궁중음악인 정악(正樂)을 이왕직아악부 악사들이 1920년대 연주했던 그대로 재현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두 대가는 고령을 고려해 본격 연주는 하지 않는 대신 김씨는 시작과 끝을 알리는 집박을, 성씨는 구음(口音·악기 소리를 목소리로 내는 것)을 맡아 전체 연주를 이끌기로 했다. 전통을 지키는 후배들이 든든하다면서도 이들은 아쉬운 마음도 내비쳤다. "실기가 부족한 게 문제예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숙련된 연주자가 없어요"라고 김씨가 짚자 성씨도 "좋아서 해야지 딴 생각이 있어선 안돼요. 우린 이거 하나만 보고 살아 왔지요"라고 말한다.
김씨는 국악단체들이 모여 음높이를 통일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음정도 안 맞는 경우가 태반이거든. 글자는 ‘도’를 써 놓고도 소리는 단체마다 다르게 내요. 회의를 열어서 음고를 정해야 해요." 이번 공연에서는 이왕직아악부 악사들이 궁중연회 때 연주했던 ‘여민락’과 ‘도드리’를 두 사람한테 전수받은 가락대로 선보인다. 공연입장권은 따로 판매하지 않으며 선착순 360명 무료 입장. 문의 (02)580-3300~3
김지영기자 kimjy@hk.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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