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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 협상, 日과 단순비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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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 협상, 日과 단순비교 안돼

입력
2004.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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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이 중국과의 협상을 고비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조만간 최종 협상결과가 확정되고, 관세화 또는 관세화 유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공청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제 협상결과를 수용하고 지금과 같이 관세화를 유예할지, 이번 기회에 관세화로 전환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주장을 반복하기에 앞서 우리 쌀 산업과 협상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혹자는 일본이 1999년 쌀을 관세화했던 선례를 얘기하지만 우리와 일본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리는 도하개발어젠다(DDA)의 부진으로 쌀을 관세화했을 때 예상되는 쌀 수입량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선택의 폭도 일본보다 훨씬 좁다. 관세화 시 수입쌀에 부과되는 관세만 해도 일본보다 낮다. 쌀 관세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에 따라 86~88년을 기준으로 해당 국가의 수입가격과 국내산 도매가격의 차이로 계산한다.

일본은 양조용으로 수입한 질낮은 태국산 쌀 가격을 수입가격으로 한데다 당시 일본쌀의 도매가격은 80㎏ 가마당 19만원으로 우리나라 쌀 가격의 두 배가 넘었다. 따라서 일본은 1,000%가 넘는 높은 관세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이 사용한 수입가격을 그대로 사용한다 해도 당시 국내 쌀값이 일본보다 낮았기 때문에 쌀 관세는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의 관리도 일본과 같지 않다. 일본은 관세화 유예 첫해부터 수입쌀의 일부를 밥쌀용으로 시중에 유통시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입쌀 가격,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산 쌀에 대한 신뢰도 등 수입쌀이 실제 국내에 유통될 때 예상되는 다양한 살아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에 기초해 관세화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공용에 한해서만 수입쌀을 유통시켰고, 10년이 지난 이제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수입쌀이 시중에 유통될 경우 소비자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10년간의 유예기간 우리 쌀 가격정책도 일본과 다른 방향을 취했다. 일본은 시장개방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쌀 가격을 점진적으로 낮추어, 10년 전에 비해 15%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 쌀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50% 이상 상승했으며, 결국 당시보다도 국내외 가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농업소득 비중이 높은데다 IMF 위기로 농가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지만, 우리가 취해 온 가격정책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리 쌀 산업의 현실을 냉철히 인식한다면 사실 이번 선택에서 우리의 운신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선택을 잘못하면 쌀 수입이 급증해 국내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분명한 것은 유예의 대가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이 늘어날 때 그 부담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번 늘어난 의무 수입량은 앞으로도 계속 사주어야 한다. 쌀 소비가 점차 줄어 국내 생산만으로도 쌀이 남는데,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한 후 창고에 쌓아두는 비용을 지불한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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