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와 뉴라이트(New Right), 즉 젊은 ‘영계 우파’가 뜨고 있다. 시민운동의 초기정착에 공을 세운 서경석 목사를 비롯한 개신교 목사들이 중도통합을 목표로 하는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또 전향한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을 중심으로 뉴라이트를 표방한 ‘자유주의연대’가 출범했다. 매스컴의 뜨거운 각광을 받으면서 출범한 이들 단체들은 중도와 뉴라이트라는 다른 색깔들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기존의 친노와 반노, 보수와 진보를 모두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이들 단체들의 출범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우선 우리 사회가 친노 대 반노, 진보 대 보수 등 갈갈이 찢겨 사생결단식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사회책임’처럼 중도 노선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반면 뉴라이트의 경우 사회적 통합보다는 새로운 분열을 예고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사회에는 친노, 반노, 소위 전통적인 진보와 전통적인 보수로 포괄할 수 없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치세력과 이념을 넘어서 이들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기독교사회책임’의 경우 친노와 반노를 넘어 중도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좋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사이에 중도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독교사회책임의 이 같은 생각은 노무현정부=진보, 한나라당=보수라는 인식에 기초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이념적 지형을 잘못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이념적 지형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에 한나라당과 반핵반김모임의 냉전적 보수로부터 열린우리당과 많은 시민단체들의 개혁적 보수, 민주노동당과 민중연대의 진보라는 세 세력이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이같은 이념적 분포로 볼 때 한국정치에는 이미 중도가 존재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사회를 통합시키기보다는 갈등만 조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노선이 중도가 아닌 한 극단의 진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념적 노선은 개혁적 보수, 좋게 보아 중도이지만, 막말시비 등 불필요하게 스타일만 과격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연대’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들은 집권세력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헌법적 규범인 자유주의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 노무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다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어떤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정부야말로 정확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유주의 정권이고 노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야말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법적 규범인 자유주의를 되살리려는 것 아닌가? 사실 개인적으로 자유주의연대가 생긴다고 해서 자유주의 정권인 노무현 정권을 도와주기 위한 제2의 노사모가, 그리고 국보법 폐지를 위한 새로운 조직이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러나 보도를 자세히 읽어보니 전혀 그것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주장만을 놓고 볼 때 자유주의를 단순히 반공주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뉴라이트’가 아니라 정형근 김용갑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올드라이트’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말은 ‘자유주의연대’라지만 내용적으로는 낡은 ‘반공주의연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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