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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 <15> 비교우위론과 통상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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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 <15> 비교우위론과 통상마찰

입력
2004.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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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라고 하면 대부분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설’을 떠올릴 겁니다. 각 나라는 노동이나 자본 등 주어진 부존 자원의 차이에 따라 어떤 나라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어떤 나라는 자본집약적 산업에 더 유리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 각 나라는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산업에 집중(이를 특화라고 합니다)하고, 이를 가지고 상대방과 무역을 하면 양국 모두 이득을 본다는 이론입니다.한마디로 나라 간에 무역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가 무엇인가 많이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뭔가 달라야 교환할 것이 생기고, 보완성도 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비교우위론이 맞다면 무역은 ‘다른 정도’가 큰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많아야 할 것이고, 비슷한 선진국끼리는 무역이 적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국제무역 패턴은 선진국간 무역이 선·후진국 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것이 ‘신무역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비교우위와 상관없이 무역이 발생할 수 있고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규모의 경제가 있을 때 발생하는 무역이죠.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단가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 경우 무역의 이득은 두 나라가 각자 모두 승용차도 생산하고 트럭도 생산하는 것보다 한 나라는 승용차, 다른 나라는 트럭을 생산하여 서로 교환(무역)하면, 두 나라 국민 모두에게 더 싼 가격으로 승용차와 트럭이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국제 무역의 현실과도 부합이 됩니다.

이제 공산품과 농산품 간에 일어나는 비교우위론적 ‘산업간 무역’ 보다는 공산품을 서로 주고받는 ‘산업내 무역’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선진국간 무역의 대부분은 같은 산업내의 무역이죠. 산업내 무역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품목이 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자동차라도 그 안에서 소형차, 중형차, 고급차, 특수목적차, 레저용차 하는 식으로 제품 차별화에 의해 종류가 천차만별로 갈라지며, 이 제품 차별화가 바로 새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기만의 차별화한 제품에 특화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어떤 나라가 어느 품목에 특화할 지 사전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트럭을 하고 누가 승용차를 할 지는 사전에 정해줄 기준이 없으며, 누가 해도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는 마찬가지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같은 차라도, 또는 같은 선박이라도, 마진이라고 불리는 이윤율이 높은 품목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품목이 있습니다. 또 하이테크 제품과 로우테크(low tech) 제품이 있습니다. 이윤 마진이 큰 제품은 하이테크 제품이고 당연히 그 쪽에 특화하는 것이 유리하죠. 양국간에 기술 차이가 존재한다면 기술이 없는 나라는 하이테크 제품에 특화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무역이론의 세계에서는 기술수준과 그 격차가 국가간의 특화 패턴과 상대적 이득의 배분을 결정합니다. 양국 모두 무역으로부터의 이득은 존재하지만, 누가 더 많이 그 이득을 가져가는가 하는 문제는 계속 존재하는 것이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선진국간에 무역 마찰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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