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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3년만에 되찾은 결혼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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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3년만에 되찾은 결혼반지

입력
200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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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처럼 따르는 직장선배 한 분과 산에 자주 간다. 그 분과의 등산은 한 주일의 피로도 풀고 서로의 고민거리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 선배와 운악산을 오르게 되었다. 정상에 올라 땀을 식히던 중 선배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다녀올 데가 있다며 내려가는 것이었다.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따라 내려가자 나무 밑 여기저기를 발로 헤집는 선배를 볼 수 있었다. "선배 뭐하세요?" 물었더니 웃기만 한다. "뭐 찾는 것 있어요?" 다시 물었더니 작은 목소리로 "어… 사실 여기서 결혼반지를 잃어버렸어"라고 했다.

3년 전 그곳에서 손을 씻은 뒤 물기를 털다가 그만 반지가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3시간 동안이나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고 했다. 유일한 결혼 선물인 반지라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 산에 오면 항상 들르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한다. 미안한 마음에 형수님한테도 한동안 말을 못했다 하니 그 심정 오죽했을까. 나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뭇가지로 주변을 쓸어내면서 함께 뒤지기 시작했다. 선배가 고마워하며 말했다. "경기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가 결정적 역할을 할 때도 있어. 어쩌면 네가 찾을지도 모르겠다."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이나 뒤져도 역시 보이지 않자 선배는 그만 가자고 한다. 나는 "자주 오지 못할 텐데 좀더 찾아보자"며 나무 밑둥에 쌓인 낙엽을 살살 걷어냈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쓸다 보니 뿌리가 드러났다. 순간 금색의 가느다란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선배가 애타게 찾던 반지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찾았다!" 달려온 선배는 반지에 입을 맞추면서 "영원히 마누라와 잘 살라는 하늘의 뜻"이라며 감격해 했다.

결혼반지는 남녀가 결혼함으로써 완전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특별할 수밖에 없다.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 흔한 요즘,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그토록 애타게 찾던 선배의 얼굴은 결혼반지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장주현·서울 노원구 공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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