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한 지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 어둡다. 모든 차를 버스와 트럭과 승용차로 구분하고, 다시 승용차에 대해서는 차종이 아니라 검은 차, 흰 차, 빨간 차, 하는 식으로 색깔 구분을 한다.그나마 자신 있게 이름을 댈 수 있는 차는 전에 내가 탔던 차와 지금 타고 있는 차뿐이다. 다른 차들은 모두 그 차가 그 차 같다. 크기만 서로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반대편 차선에서 휙휙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언뜻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차의 이름을 기가 막히게 댄다.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물으면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나는 아이들에게 길 옆에 서 있는 나무에 대해서 자주 말한다. 멀리 있는 산의 소나무와 잣나무도 구분한다. 아이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신기해 하지만 나야말로 저절로 그것들을 알게 되었다.
단지 관심의 차이만이 아니라 나는 그 나무들처럼 흙 위에서 자랐고, 우리 아이들은 저 자동차들과 마찬가지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