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산 지 거의 10년이 돼 간다. 그 동안 이 나라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해해 왔다. 눈부신 산업화에서부터 한국민들의 가족사랑, 어르신들에 대한 공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화들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그 중에서 어머니들의 가족에 대한 희생은 내가 한국을 떠나더라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자식사랑이 그렇다. 세상 어느 어머니가 자식 사랑이 없을까마는 미국 어머니와 한국 어머니에게서는 차이점들이 느껴진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를 기를 때 자립심을 키우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유치원 가는 일이나 친구를 사귀는 일, 뭔가를 배우는 일에 있어서 부모나 선생의 감독 하에 그들 스스로 하도록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엄마들이 학원의 선택은 물론, 학원비나 교육기관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매니저 역할을 한다. 이런 타입의 통제는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심지어는 이후 대학이나 배우자, 직업 선택에까지 이런 관계가 이어진다.
미국에선 아이가 18세가 되면 어른으로 간주한다. 이 나이에 투표권이 있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 부모들은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이때부터 일터에 나가 돈을 벌도록 권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경우 이 시기 젊은이들은 배우는 데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돈 버는 것은 부모들이 장려하지 않는다. 젊은 자식들에 대한 교육의 지나친 강조가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을 정도다. 한국 어머니들이 평생 정성과 희생을 쏟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식들이 걱정 없이 잘 살도록 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우리 사무실 여직원이 찐 호박을 싸 온 것을 봤다. 어머니가 직장 일에 지친 딸이 걱정돼서 만들어 준 것이었다. 위병으로 고생을 하던 친구가 있는데 어머니가 매일 맛있게 조리해서 싸주는 쑥떡을 먹고 감쪽같이 낫는 것도 보았다. 가벼운 천식을 앓고 있는 또 다른 친구 사례도 떠오른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 방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잘 때마다 매일 침대 옆에 젖은 수건을 걸어 놓는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 어머니들이 자식의 대입시험을 앞두고 절이나 교회에 가서 끝없이 기도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처럼 열렬하고도 진심에서 우러나는 행동들은 어머니로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관습이 돼 있는 것 같다. 이런 실례들은 이 특별한 나라가 비범한 사람들로 만들어져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마가렛 키 미국인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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