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내각 인선이 버나드 케릭(49) 국토안보 장관 지명자의 도중하차로 비틀거리고 있다. 백악관은 케릭 전 뉴욕경찰청장에 대한 장관 지명 철회의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있지만 이 사태로 인사 검증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각료 인선 전반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부시 2기 내각 인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던 케릭이 낙마한 표면적 사유는 불법 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전력이다. 케릭은 상원 청문회에 대비한 서류를 만들다 가정부의 불법 이민 문제와 고용에 따른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밤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의사를 전했고 백악관은 즉각 지명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불법이민 문제는 국토안보부 소관 업무이다.
순찰 경찰로 시작, 미국 최대 부서의 장에 오를 뻔한 한 입지전적 인물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2명, 부시 대통령 1기 때 1명의 장관 지명자를 퇴진시킨 이른바 ‘내니(유모) 문제’의 덫을 피하지 못하고 성공 스토리를 마감한 순간이었다.
케릭은 "나의 실수"라며 스스로 사퇴하는 형식을 취했다. 3일 케릭이 장관으로 지명되기 1주일 전 가정부가 그녀의 나라로 돌아감으로써 그가 내니 문제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그의 퇴진에서 파문의 확산을 조기 진화하려는 백악관의 의도를 들춰내고 있다.
직전 미국 언론은 케릭이 2001년 뉴욕경찰청장 사직 후 국토안보부와 거래하는 스턴총 제조회사의 이사로 재직할 때 스톱 옵션으로 62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1988년 뉴저지주의 한 콘도미니엄과 관련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 등을 터뜨리면서 부시 정부의 인사 검증 허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불법 고용문제와 함께 이런 문제들이 계속 제기할 경우 청문회를 버텨낼 수 없을 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게 된다는 판단이 측근들 사이에서 내려졌다는 게 미 언론의 시각이다. 백악관은 실제로 "케릭이 지명 전 검증 과정에서 법률상 문제될 소지를 감추려 했다"며 케릭의 잘못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과연 거대한 부서를 제대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도 그의 낙마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은 후임자의 조기 인선을 통해 케릭 파동을 최대한 빨리 치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스스로 각료 인선을 조기에 끝내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철저한 검증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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