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는 새벽 1시까지만 다니는데 왜 중앙차로는 24시간 운영합니까?"(택시운전사)"중앙차로를 일시적으로 풀어주면 오히려 사고가 늘어납니다."(서울시)
서울시가 7월 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도입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심야 개방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버스운행이 끊긴 심야시각에는 중앙차로 진입을 허용해야한다는 시민들의 주장과, 그럴 경우 오히려 사고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서울시의 반박이 팽팽하다.
◆ 한밤중 중앙차로는 무법천지 = 서울 강북구 도봉동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김모(29·여)씨는 밤12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퇴근길 전쟁을 치른다.
소통이 원활한 구간이 없을 정도로 악명이 높은 도봉·미아로가 중앙차로제 실시 이후 심야시간에도 정체가 풀리지 않기 때문. 중앙차로제 실시 이전만해도 광화문에서 김씨의 집까지 심야에는 3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중앙차로는 텅텅 비었는데도 일반차로가 북새통을 이루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난다. 김씨는 "정체가 계속되다보면 단속 카메라 위치를 알고 있는 운전사가 중앙차로로 무단진입하고 나머지 차들이 뒤따라 질주하는 경우도 많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택시기사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개인택시 기사 이영호(55)씨는 "미아로의 미아4거리~삼양동 구간, 연세대 앞 성산로, 천호대로 일부 구간이 대표적인 심야 정체지역"이라며 "비효율적인 중앙차로 운영으로 승용차운전자와 택시 이용객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버스 운행이 끊긴 새벽 1시 이후에는 모든 택시의 중앙차로 진입을 허용하거나 차선책으로 손님이 탄 경우에 한해서라도 중앙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교통전문가들도 이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버스가 1차선을 전용으로 운행하지만 버스의 수송인원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는 의문"이라며 "안전문제만 해결되면 중앙차로 개방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사고 위험 높다" 시·경찰 반대 = 반면 서울시는 이 방법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사고위험성이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자정 무렵까지 정체가 풀리지 않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버스운행이 끝나는 1시 전후면 대체로 소통이 원활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국준 서울시 교통개선반장은 "중앙차로가 직진차로이고 2차로가 좌회전차로로 돼있어 승하차를 위해 자주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 택시들이 진입하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택시의 진입을 허용하면 중앙차로 진입을 요구하는 화물차 등 다른 운전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 고수방침을 밝혔다.
경찰 역시 신중론을 펴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교통개선기획실 이용택 실장은 "단순히 차로 1개를 더 열어주면 다소 교통흐름이 나아질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율, 유류 소비량 등은 늘어날 수도 있다"며 "향후 이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중앙차로의 탄력적인 운용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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