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입당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등을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사안이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데다 기존 판례로 볼 때 명예훼손의 성립여부에 관계없이 ‘국회의원 면책특권’때문에 ‘검찰의 공소권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 주로 ‘무책임한 폭로전’에 악용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해 이참에 검찰이 엄정한 처벌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기존 판례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폭 넓게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검찰의 고민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1차장 검사는 "면책특권의 범위 등 기존 판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검토할 것이 많아 수사 방향에 대해 현재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이 면책특권 범위의 기준으로 삼는 판례는 1987년 "국시는 ‘반공’이 아니고 ‘통일’이 돼야 한다"는 자료를 배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됐던 유성환 전 의원 사건이다. 대법원은 유 전 의원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었다.
검찰은 이 같은 판례를 인용, 97년 ‘부산 모 건설 업체 자금의 국민신당 유입설’에 대해 자료를 배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한 추미애 당시 국민회의 의원에게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례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한 변호사는 "검찰이 대법원 판례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면책특권 범위에 관해 기소를 통해 판례를 바꾸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우리당이 주 의원뿐 아니라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을 첫 보도한 미래한국신문 발행인 등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에 검찰이 ‘면책특권’ 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선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를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에서는 중부지역당 사건에서 이 의원의 역할, 안전기획부의 고문조작 의혹, 한나라당 폭로과정의 문제점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후 이 의원 등이 제기한 명예훼손 문제까지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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