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고교동기 망년회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횡단보도 앞에 대기하던 앞차를 들이받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22%. 수리비와 합의금, 벌금 등으로 어림잡아 800여만원 정도가 들게 된 김씨는 "돈도 돈이지만 직장에 알려지면 인사 불이익도 받을 수 있어 마음 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망년회 약속이 잦은 연말, 음주운전에 대한 유혹이 큰 만큼 값비싼 대가도 생각해야 한다. 우선 알코올 수치 등 상황에 따라 200만~3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피해자 보상을 보험으로 해도 음주사고는 대인피해 200만원 대물피해 50만원을 별도로 낸다. 자차 수리비도 보험처리가 안 된다. 면허취소시 재취득 비용과 보험 할증료까지 감안하면 경미한 사고로 드는 돈은 1,00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정황에 따라 구속수사를 받게 되면 변호사 선임료와 피해자 합의금 등으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 모든 공무원은 음주운전으로 입건(면허정지 이상)되면 그 사실이 해당 기관에 통보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고 대기업도 마찬가지 추세. 실제로 이번 장군진급심사에서 별을 단 모 장군은 7년 전의 음주운전 때문에 지난해 진급심사에서 배제된 뒤 올해 겨우 구제를 받았지만 진급심사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군은 음주운전 적발시 한차례 진급배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시중에는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비법’들이 떠돌지만 어느 것 하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구강 세척제나 초콜릿 등으로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을 없앨 수는 있지만 이는 실제 혈중 알코올 농도와는 관계 없다. 지금도 경찰은 음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잔류 알코올로 인한 과다측정을 막기 위해 입을 헹군 뒤 측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가 골목길에서도 단속을 하고 있어 큰 길을 피한다는 식의 묘책도 소용 없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음주측정기도 경찰 측정치와 차이가 날 수 있어 과신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모두 3만1,227건. 사상자는 사망 1,113명을 포함해 5만6,343명으로 하루 154명 꼴로 죽거나 다쳤다. 음주사고 1,000건 당 사망자는 35.6명으로 전체 교통사고(29.9명)에 비해서도 20%나 많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무엇보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문제"라며 "술자리에서 운전자를 지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진성훈기자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