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방위정책이 9·11 테러 이후 변화한 미국의 안보전략을 수용, 미군과의 일체화 노선을 선명히 드러냈다.일본의 방위력 정비·유지·운용의 기본지침인 새 방위대강은 지금의 안보환경을 "일본에 대한 직접적 침략사태 발생 가능성은 저하된 반면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은 커졌다"고 규정했다. 새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일안보 체제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략대화를 통해 미일 역할분담에 주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서두르고 있는 전 세계 미사일방어(MD)망의 일본 구축을 받아들이고 미국을 무기수출금지 3원칙의 적용 예외대상국으로 규정해 미일 MD 공동 개발·생산의 길을 열었다. MD와 동시 진행될 주일미군 재편에서 아시아·태평양의 미 육해공군 사령부 기능이 모두 일본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미일동맹은 미영동맹과 같은 유사한 연합 전력화가 촉진될 것이 확실하다.
MD망의 해외구축은 일본에서 가장 앞서 이뤄질 전망이어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만 미 육군 1군단(미 워싱턴 주 소재)의 일본 본토 이전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나 미군의 세계 전개에 후방 보급지원을 위해 따라가는 자위대 해외파병도 ‘본연의 임무’로 위상을 강화했다. 곧 자위대 해외파병 항구법(恒久法) 제정 등이 뒤따를 것이 예상된다.
자위대 정원과 재래식 장비를 감축하는 ‘다기능적·탄력적·실효적 방위력’으로의 전환도 테러 대책 강화와 동맹국 전력의 전 세계 미군활동 보완전력화를 꾀하는 미국의 전략을 답습한 것이다.
무력행사를 동반하는 자위대 해외파병은 여전히 어렵지만 선제공격을 주저하지 않는 미군의 후방지원만으로도 "일본의 방위에만 전념한다"는 전수(專守)방위 원칙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원자력잠수함 영해 침범 사건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때문에 처음으로 중국을 지역의 안보불안 요인으로 적시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일 안보체제의 강화와 일본의 MD 도입 자체를 중국은 자국에 대한 포위망 구축으로 경계해왔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안보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위협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근거 없고 무책임한 ‘중국 위협’주장에 강한 불만을 표한다"며 "중국은 일본의 대규모 군사조정과 안보전략 변화가 미칠 영향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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