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35)이 뉴욕 양키스에서 성공시대를 열 수 있을까. 양키스가 바다 건너까지 눈길을 돌려 전성기가 지난 35살의 왼손투수에 러브콜을 보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실마리가 잡힌다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연승을 내달리던 양키스 제국의 몰락은 왼손 불펜진의 부재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4-4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던 4차전 12회말 무사1루와 5차전 14회말 2사1,2루의 위기. 타석에는 왼손 투수에 유독 약한 좌타자 데이비드 오티스(좌완 상대 타율 2할5푼)가 들어섰지만 불행히도 양키스 불펜진에는 마땅한 왼손 투수가 없었다. 오티스는 결국 만만한 오른손 투수(우완 상대 3할2푼6리)를 상대로 이틀 연속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 대역전 드라마의 서곡을 울렸다.
양키스의 구대성 영?프로젝트는 이때부터 싹을 틔웠다. 양키스는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던 왼손 불펜진 강화를 위해 뉴욕 메츠의 노장 마이클 스탠튼(37)과 구대성을 전격 영입했다. 이들에게 떨어질 임무도 보스턴의 데이비드 오티스 같은 좌타자들을 묶어달라는 것.
왜 하필 구대성이었을까. 하일성 KBS해설위원은 구대성의 독특한 투구 폼을 이유로 들었다. 구대성의 투구는 릴리스포인트 때까지 공을 끝까지 감추고 나오는 것이 특징. 이 때문에 왼손타자는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아 공략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 하 위원의 설명이다.
허구연 MBC해설위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허 위원은 "단조로운 변화구에 힘으로 밀어붙이다 실패한 이상훈과 달리 구대성은 제구력과 노련미가 앞서는 만큼 원포인트나 1이닝 정도는 얼마든지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패의 열쇠는 좌타자 공략의 주무기가 될 슬라이더. 박노준 SBS해설위원은 "낮게 깔려와 스트라이크 존을 예리하게 빠져나가는 구대성의 송곳 슬라이더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와 함께 다양한 볼끝을 가진 직구를 구사해야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예봉을 피해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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